2024년은 내수 시장 불경기, 높은 환율,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기업가들에게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저희 회사 역시 2023년말에 선언한 쏘카 2.0 전략 이후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1년이었습니다. 이 전략을 실행하고 어려운 시장 환경을 극복해가며 배웠던 점들을 하나씩 곱씹어봤습니다.
1.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저희 회사는 2023년에 기업의 펀더멘탈을 강화하여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쏘카 2.0 전략을 선언했습니다. 1년의 시간 동안 차량 LTV(Life Time Value, 생애가치)와 이용자 LTV를 극대화하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적자를 감내하고, 그 이후에는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그 방향이었습니다.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1년의 시간 동안 차량의 매각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였고, 새로운 사업을 키우기 위해 큰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지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어보이는 인고의 시간을 거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계속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했습니다.
적자폭이 커져 굉장히 어려운 기간이었지만, 이 인고의 시간과 과정을 거쳐 3분기에는 중고차 매각 없이 서비스의 운영만으로 이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이익 개선의 체질 변화가 만들어짐에 따라 내년부터는 좀 더 탄탄한 펀더멘탈 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차량 1대를 구입하여 매각할 때까지의 LTV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탄탄한 이익 기반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2.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지 못 하는 신사업은 큰 성공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2024년 전략의 모든 부분이 다 성공적으로 동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략의 한 축이었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의 투자는 일부는 성공했으나, 일부는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 했습니다.
모두의주차장 사업은 24년에도 성공적인 성장을 만들어냈습니다. 큰 폭의 매출 성장률과 이익의 개선을 보여주었고, 25년에 어디에 집중해야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인사이트를 충분히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며 향후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말부터 야심차게 추진하였던 숙박 플랫폼 사업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당초 계획은 차량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차별점을 만들고, 대규모의 마케팅을 통해 충분한 규모의 사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였으나 성공적인 성장을 만들어내진 못 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건데 많은 경쟁 서비스들이 있는 시장 상황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충분히 뾰족하지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품으로서의 경쟁력을 놓고 보았을 때에도 다른 경쟁 서비스 대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 편의성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나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걸 알고 시도하더라도 성공적인 사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도는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진 못 했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며 어떤 차별점과 가치 제안을 이용자에게 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여 업그레이드해 나간다면 다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3. 프로젝트에 대한 냉정한 회고와 신속하고 과감한 방향 전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필요한 의사결정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문제를 잘 정의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고민하여 실행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가 들고 애정이 생기기 때문에, 한 번 시작했을 때 그 일을 끝내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솔루션을 계속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회사의 귀중한 인력, 돈, 시간이라는 자원을 크게 낭비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자원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저희도 처음에 생각한 전략이 100% 다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안 되는 프로젝트의 자원을 크게 줄이거나, 중단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열심히 업무를 해온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시작을 할 때 내린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어 항상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면 성과가 부진한 프로젝트에 회사의 자원이 계속 투자될 것이기에, 잘 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빠른 전환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더 투자했을 때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는지, 아니면 현재 상태에서 계속된 투자가 있더라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을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언제나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시장과 조직의 상황에 맞게 합류한 좋은 리더가 훌륭한 조직과 성과를 만든다.
24년은 새로운 리더십이 많이 합류했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상장 3년차에 접어들어 새로운 리더십을 회사로 모시면서 크고 작은 조직변경이 불가피했습니다.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모신 리더분들은 기존과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며 조직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안정과 안주 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며 조직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직은 리더가 바뀌고, 그 리더의 방향이 명확하게 전달되었을 때, 그에 맞춰 변화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꽤나 큰 조직이 되었지만 리더가 바뀐 것만으로도 조직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사와 시장의 상황이 역동적으로 변화해나갈 때 그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리더분들도 회사가 필요로 했던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해주셨지만, 상황이 변화하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에는 그에 맞는 리더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에는 리더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단순한 인력의 수보다 높은 인재 밀도가 훨씬 중요하다.
24년부터 인사 철학과 관련하여 회사에 주었던 핵심적인 메시지는 '인재 밀도를 높이자'였습니다. 코스피에 상장한 규모있는 기업이 된 만큼 이 이상의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에서 인재의 밀도가 훨씬 더 높아져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뛰어난 인재라 함은 단순히 기존 인력보다 몇~몇십% 생산성이 좋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인재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희소한 자원입니다. 뛰어난 인재는 현재의 상황을 조금 낫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2-3배 이상의 구조적 개선을 가져옵니다.
저희 회사는 현재 안정기에 접어들어 조금의 개선을 통해 꾸준한 성과를 내야하는 기업이라기 보단,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도 더 과감한 시도를 통해 계속 계단식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25년에도 좋은 인재를 꾸준히 찾고 회사의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입니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 계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나가는데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저희 회사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6.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크게 깨달았습니다. 원하는 인재상을 정해두고 그에 꼭 부합하는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예상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 때 소위 말해 이가 없어 잇몸으로 버티는 기간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적당한 타협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백으로 인한 기간 동안 다른 리더들이 십시일반으로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며 회사 리더들이 정말 만족할만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꾸준히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포지션을 위해 적게는 10명, 많게는 수십명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함께 일할 리더들이 함께 검증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인재는 어떤 사람이고 그 사람을 모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될지 리더들간의 컨센서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리더가 바뀌고 나면 놀랍게도 우리가 생각했던 컨센서스에 맞춰 그 하위 조직의 리더들도 변화하게 되고, 새롭게 채용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이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한 번 조직에 들이고 나면 그 이후에 변화를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회사가 가진 철학과 인재상에 맞춰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있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7. 디테일을 장악해야 올바른 의사결정과 위임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케일이 커진 회사가 잘 굴러가려면 위임을 잘 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위임이라는건 언제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한 고찰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위임을 한다고 하면 어떠한 업무를 특정 사람에게 맡겨두고 신경쓰지 않는다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틀린 생각입니다. 위임이 잘 되었다는 것은 어떠한 업무를 특정 사람에게 맡기되 압축되어 보고되는 정보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내용을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압축되어 올라오는 정보만을 가지고도 충분한 내용 파악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업무에 대한 디테일을 끝까지 파고 들어 파악한 리더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디테일을 파악하고 있는 것과 위임을 하는 것이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반대로 디테일을 파악하고 장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위임을 할 수 있다 믿습니다. 리더가 디테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고 있을 때 비로소 어떤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그 이후에 압축되어 올라오는 정보만을 가지고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그 업무를 더 강하게 추진하도록 만들거나 혹은 반려시켜 헛된 시간과 노력을 쓰지 않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8. 실패할지라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 성장을 먹고 사는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24년에는 성공한 도전과 실패한 도전이 뒤섞여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여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뼈아픈 일이지만 아무 도전도 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실패를 통해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얻게 되고, 실패를 기반 삼아 다음에 더 나은 판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쏘카는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네이버지도, 통합검색을 통한 카셰어링 예약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유입된 이용자중 80%가 신규 회원일만큼 유의미한 상과가 있었지만, 새롭게 창출한 매출 실적은 예상보다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기를 통해 좋은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는 방법을 습득했고 현재의 실패보다는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더 해야될지 회고하고 깨닫는 시기를 거쳤습니다. 25년에는 기존의 채널 뿐만 아니라 네이버 KTX 예약 페이지에 카셰어링 연계를 할 예정이고, 네이버플러스멤버십에 혜택이 추가됨에 따라 새로운 채널을 더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분명 첫 해에는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못 냈을지언정 도전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음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9.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는 경쟁 보다는 협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시장 환경이 어려울 때에는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성과를 만들기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쟁 보다는 협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시에는 치열하게 경쟁을 했던 상대라도 전시 상황에서는 양사가 무리한 치킨 게임보다는 어떻게 win-win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M&A 등을 통해 한 회사로 거듭나거나 전략적 협업 구조를 만들어나가는게 훨씬 우월한 전략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있는 기업들과도 연합하여 서로 도우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게 필요합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는 그 시기를 잘 버텨내고 살아남아야 그 위기가 지나간 뒤에 큰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경쟁심과 자존심을 내려두고 생존을 위한 실리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간의 강한 파트너십을 통해 탈출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길이 될거라 믿습니다. 저희도 함께 하고 있는 모든 파트너분들께 든든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10. 체질 개선 이후에는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희는 1년 동안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하였고, 이제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1년은 탄탄해진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여 다시 뾰족하게 뚫고 나가야될 시기라 보고 있습니다. 발산적으로 여러 사업을 하기 보다는 검증된 사업을 더 탄탄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1년이 될 수 있도록 회사의 전략을 다듬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가진 자원의 배분, 조직의 구성, 보상 체계 등도 집중하고자 하는 기업의 전략과 맞닿아있어야 하기에 이를 잘 설정하는게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을 하다보면 계속 우선적으로 집중해야될 업무 보다는 눈에 거슬리는 일들을 하게 되는 일들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에 한눈 팔리지 않고 반드시 해결해야될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리더들이 계속 가이드를 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 시장은 단순히 스타트업만 어려운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극복하고 잘 살아남는 기업들이 훨씬 탄탄한 본질적 경쟁력을 갖춰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될거라 믿습니다. 이럴 때에 기업들은 경쟁 보다는 협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