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는 많은 분들께 정말 어려운 해였던 2022년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2011년에 창업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렇게 가파른 금리 상승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응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모든 기업가들에게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 2022년을 돌아보았습니다.
1. 시장의 큰 변화가 감지되면 사업계획을 빠른 속도로 전환해야 한다.
2021년까지는 말 그대로 유동성의 시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양적 완화를 하며 유동성이 매우 크게 증가했고, 이 때문에 성장이 우선시되고 자산 가치가 크게 오르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며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미국 시장에서 급격한 변화가 먼저 감지되기 시작했고, 저희 회사도 3-4월부터 이런 낌새를 바탕으로 전면적인 사업계획의 수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시장에서는 충격이 크게 감지되지 않았고 1월에 발표한 사업계획을 큰 폭으로 수정한다는 것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충격은 무조건 한국 시장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걸 깨달으면서 빠른 속도로 사업계획을 수정하였고, 모든 사업계획은 2022년부터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의 모습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두달의 의사결정 지연이 회사의 운명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는 급박한 시기였기 때문에, 사업 계획 수정에 대한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고나가야 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건데 그 때 빠르게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뱃머리를 돌린 것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별 기업은 시장의 큰 흐름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가 회사를 덮쳐올 때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체질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엇습니다.
2. 기업가 주변인들과의 관계와 피드백이 기업가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계획을 바꾸고 실행해나가는데 있어 제 주변분들의 도움이 크게 있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혼자 인지하고 해결책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경영자가 되려면 아직도 많이 성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 주변의 멘토들이 시장의 변화와 대응방안에 대해 많은 피드백과 조언을 주었습니다. 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어온 멘토들이 지금의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주며, 대응을 잘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습니다. 또한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감에 있어 회사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회사내 구성원들과 소통을 해 나가야될지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동료 기업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각자의 산업에서 보이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며 대응책에 대해 같이 고민할 수 있었고, 서로의 회사가 힘들 때 조언해주거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도 많이 했습니다.
회사 동료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회사가 사업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을 때 경영진들이 이 방향을 믿고 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었고, 회사의 직원들은 새로운 방향성에 적응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잘 이겨내고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냈습니다.
3. 뱃머리를 돌릴 때 모든 구성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얼라인먼트를 맞추는게 중요하다.
사업계획을 변경한 뒤 새로운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일을 몇 번 해왔지만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동안 코로나19나 타다금지법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 때문에 여러번의 비상 경영을 해온 경험이 있어 조직에 피로감도 많이 누적된 상태였기에 어려움이 더 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했기에 타운홀 미팅을 통해 새로운 기조의 전략을 선언하고 여러번 강조하여 회사 전체의 얼라인먼트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뱃머리를 돌리는 결정을 한 경영진은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결과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모든 구성원들에게 그 맥락이 똑같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분명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많은 구성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익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을 보며 얼라인먼트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4. 상장은 기업의 목적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
작년에 회사의 가장 큰 이벤트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을 한 일이었습니다. 증시의 변동성이 워낙 큰 시기였기 때문에 회사의 주관사나 투자사들도 어떤 시기에 어떻게 상장을 하는 것이 최적의 시기이고 구조인지에 대한 판단을 굉장히 어려워 했습니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회사의 상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회사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성장해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판단해봤을 때에는 당장 기업가치의 아쉬움을 감내하더라도 상장사가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진 거래소, 주관사, 투자사 등과 계속적으로 소통을 하며 우리가 상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당장의 아쉬움 보다는 미래의 비전과 가치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고 힘든 설득의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회사의 결정을 존중해 준 파트너들이 있었기 때문에 상장을 하고 더 큰 미래를 바라볼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상장을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은 ‘상장’이라는 이벤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였습니다. 물론 상장이라는 이벤트는 기업에게 일생에 한 번 있기도 참 어려운 이벤트이고, 그 때문에 이 한 번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많은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상장이라는 이벤트 그 자체가 기업의 존재 목적은 아니고, 기업이 더욱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인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기업가치 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를 성장시키고 좋은 가치를 받도록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단기적인 손해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기는 의사결정을 하는게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상장을 하니 완전히 새로운 출발선에 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장이 회사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변곡점이었고, 그 변곡점을 시작으로 더 큰 비전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5. 일정 규모를 갖춘 회사는 개인의 역량이 아닌 조직의 역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 상장사가 되면서 회사 내부의 시스템과 지속 가능한 역량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증시에 공개된 회사가 되는 만큼 정확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야될 의무를 갖게 되었고, 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자생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더 탄탄해져야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회사가 경쟁력을 갖추며 시장내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 반복적으로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을 조금 더 잘 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큰 임팩트 있는 혁신을 해나가는 것이 하나의 조직 문화이자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짧은 주기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회의를 하며, 그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성공한 아이디어는 더욱 크게 키우고, 실패한 아이디어는 회고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해두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직이 속도감 있게 움직이며 마치 근육을 키우듯 조금씩 실행의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일 때에는 개인의 역량으로 조직을 끌고 나가며 작은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조직이 커지면서는 몇몇 개인의 역량 보다는 조직 자체의 역량이 올라오고 그를 통한 성공 경험이 많아져야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6. 사업의 본질에 집중해 이익을 내고, 그를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내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다.
자금 조달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면서 회사가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가 되는 것이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 몇몇 경영자들(특히 0에서 1을 만들어본 창업자의 경우)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돌파구를 찾으려고 합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핵심 비즈니스의 본질에 집중해 이익을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가 성공해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두면 정말 멋진 일이겠지만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의 축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사업을 창조해내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가장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고 이미 장기간 운영하며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핵심 비즈니스의 주요 레버들을 파악하여 빠르게 그 레버를 조정함으로써 이익 구간에 다가가는게 더 높은 성공 확률을 가진다고 봅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일 수록, 우리가 기존에 잘 하고 있었고 우리 회사를 여태까지 만들어준 사업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해 이익을 만드는게 필요합니다. 그를 통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면 탄탄한 기반 위에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다른 사업들을 쌓아나가는 것이 더욱 용이할 것입니다.
7. 이제 막 상장한 회사가 시장의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은 아주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
상장을 한 후 증시가 더 어려워지고 플랫폼 회사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며 주가의 변동성이 아주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적이었기 때문에 회사의 실적 관리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상장을 한 뒤에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3개월마다 실적 발표를 해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1년 단위의 호흡으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상장 이후에는 3개월 단위로 실적을 발표하며 조금 더 가쁜 호흡으로 실적을 만들고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적응이 쉽진 않지만 꾸준히 좋은 실적을 숫자로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가는 것이 상장사가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 가는데 중요한 단계라 생각합니다.
시장의 투자자들과도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며 조금씩 커버리지를 늘려나가고 있고, 회사에 대한 기관들의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저희 회사에 대해 더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투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도록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8. 2023년은 준비가 된 회사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이다.
2023년은 거시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은 준비된 회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성장에 초점을 맞췄던 스타트업들도 체질 개선을 통해 탄탄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출 수 있는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IR을 할 때 주장한 '회사가 궁극적으로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해보일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도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좀 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올해의 매서운 시장 환경을 이겨낼 수 있다면 앞으로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준비된 회사들은 체질 개선을 통해 훨씬 길고 멀리 갈 수 있는 체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9. Pay it forward를 통해 베푼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2022년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을 맡으며 평소보다 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났던 시기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얼리스테이지에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주로 창업자들의 많은 질문에 답변을 드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우고 얻은게 더 많았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의 순수한 열정과 자신의 제품을 꼭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며 제 초심에 대해 많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Pay it forward 문화를 자주 언급하고는 합니다. Pay it forward란 도움을 받은 사람(주로 선배 창업가)에게 되갚는 대신, 다른 이(주로 후배 창업가)에게 도움을 전달하는 문화입니다. 2022년에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행복과 배움을 얻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베풀고 의지가 되어주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10. 어느 때보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2023년은 누구나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는 시장 환경입니다. 이럴수록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아무리 힘든 문제라도 반드시 풀어내고야 마는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에 안주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만들어나가는 기업가들의 모습과 열정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살아남거나 성장하기 어려운 회사들이 많을 것이므로 때로는 과거의 없던 방식을 시도하거나 외부에서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회사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방식과 해결책은 항상 실패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런 실패를 바라볼 때 조롱하고 ‘그럴 줄 알았다’라는 쉬운 말로 기업가들의 도전을 깎아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속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생태계가 갖춰졌으면 합니다.
기업가들은 우리 회사가 사회를 위해 왜 존재해야되는지에 대한 미션과 반드시 풀고 싶은 문제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한 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고 의지가 꺾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2022년을 강타한 유행어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면 언제든 재도전하여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