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기업가로 살아오는 9년간의 시간 중에서 가장 혹독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나가는게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경험했고, 진정성 있게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마음가짐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 상처도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1. Connecting the dots
지난해 글의 첫 번째 꼭지와 똑같은 제목으로 올해도 시작을 합니다. 2019년 초에 4개의 VC들(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톤브릿지,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KB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3군데의 투자사는 다 VCNC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 투자사입니다.
지난 투자를 리드했던 알토스벤처스는 VCNC가 비트윈을 운영할 때 직접 투자를 하는 인연을 가져가진 못 했지만, 항상 좋은 관계를 가지고 많은 논의를 했던 투자사였습니다. 총 4번의 IR을 했었고 그 중에 4번을 거절 당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회사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과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셨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인연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VCNC와 쏘카가 함께 하게 된 이후 쏘카의 이름으로 5번째 IR을 진행했을 때에는 전반적인 회사의 방향과 비전, 그리고 혁신하려는 시장에 대한 컨센서스가 맞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는 투자 결정을 흔쾌히 해주셨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KB인베스트먼트도 소개해주시어 함께 투자할 수 있는 투자사를 끌고와 클럽딜을 수월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스톤브릿지는 VCNC의 오랜 주주였습니다. 소프트뱅크는 2011년에, 스톤브릿지는 2013년에 투자를 집행하여 오랜 인연을 가지고 이었습니다. 이 두 투자사는 VCNC가 쏘카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이야기하였을 때 다시 한 번 믿음을 주고 투자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저희 회사를 지켜보며 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인연이 만들어졌을 때, 그게 단 한 번의 순간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는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일이 생기고 그를 통해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고 어떤 태도로 상대를 대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더 큰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든다.
쏘카는 2019년에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 및 인수를 진행했습니다. 실내측위 기술을 가진 폴라리언트, 차량 관리 업체인 차케어를 인수하였고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인 일레클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기업이 인수나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1) 원하는 기술이 있거나, 2) 원하는 서비스가 있거나, 3) 원하는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쏘카가 인수하거나 투자했던 기업들은 저 세가지 중에 1가지 이상을 만족하는 스타트업이었기에 큰 생태계 안에서 함께 하는 비전을 가지고 딜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쏘카 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큰 기업들도 다른 스타트업들을 활발하게 인수하였습니다. 직방은 셰어하우스 우주와 상업용 부당산 플랫폼 네모를 인수하였고, 야놀자는 PMS 기업인 가람정보시스템/이지테크노시스와 펜션 예약 플랫폼인 우리펜션 그리고 호텔 예약 플랫폼인 데일리호텔 등을 인수하였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됨으로써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발판을 마련하였고, 실질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독일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가 창업을 했던 2011년도부터 여태까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Exit이 잘 일어나지 않아 자본의 회수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다른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고 생태계를 확장시켜 나가며 좋은 사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창업 생태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창업 -> 투자 -> 회수(상장이나 M&A) -> 재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회수의 고리가 끊겨져 있었다면 이제는 그 고리가 하나씩 연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앞서 시작한 선배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과 함께 생태계를 이루고, 그 후배 스타트업은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에게 재투자하고 인수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3. 모빌리티 플랫폼은 기술과 운영, 그리고 생태계 형성을 통해 성장한다.
1년여간 타다를 운영하며 기술과 운영, 2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제대로 된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플랫폼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과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도 더욱 크게 느꼈습니다.
기술은 모빌리티 플랫폼의 근간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수요 예측과 그에 맞는 공급 제공, 그리고 AI를 이용한 고차원적인 배차 및 경로 문제 해결 등까지 기술이 해답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빌리티 플랫폼은 1%의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개발 및 데이터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축적된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더 적은 대수의 차량으로 더 많은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플랫폼이 제대로 가동되게 됩니다.
운영은 기술과 맞물려 최적화의 영역에서 기술이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들을 해결합니다. 때로는 자동화되기 전의 일을 사람의 힘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기술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용자들의 심리적인 부분과 생태계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다지며 최적화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기술과 운영이 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 중요한 업무라면, 좋은 생태계 형성은 회사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 어렵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다 드라이버와 이용자 간의 신뢰 관계 형성이라 생각합니다. 타다는 드라이버와 이용자를 잇는 하나의 큰 생태계이고, 이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드라이버는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가 나를 존중해줄 좋은 고객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이용자는 나를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시켜주는 드라이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상호간을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좋은 방향으로 작동해야됩니다. 이용자가 친절한 드라이버를 만나고 싶듯이 드라이버는 진상 이용자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서로 좋은 마음을 가진 드라이버와 이용자가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4. 진실성 있는 회사의 전략 방향이 중요하다.
2019년은 회사의 이야기가 많은 언론에 다뤄지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론의 모습을 가장 많이 접했던 한 해였습니다. 많은 칭찬을 듣기도 했고, 반대로 많은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여론의 목소리 속에서 그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바를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실성 있게 전략을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많이 느꼈습니다.
회사의 거짓된 방향과 대응은 다시 거짓을 부르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지는 일을 주변에서 참 많이 보았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최대한 진실성 있는 회사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생태계 구성원 전체의 안전과 신뢰를 위해 전드라이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진행하였고, 운행전 음주측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드라이버분들을 위해 대출 및 적금 금리 우대 혜택 상품을 만들고 팁 제도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도록 했습니다.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하는 택시 기사님들이 법률 지원이 필요할 때는 회사에서 지원해드리고 초기 지원하시는 분들께 상당액의 지원금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고쳐야 할 점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제 1년이 갓넘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그 사이에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생각하는 전체 생태계의 옳은 방향을 위해 진실성 있는 의사결정들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올해에도 부족한 부분들은 많이 메꿔나가고 필요한 비판들을 수용하며 한 단계씩 개선시켜 나가는게 매우 중요한 숙제라 생각합니다.
5. 혁신은 시장에서 이용자가 판단한다.
최근에 혁신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링크)을 블로그에 포스팅하였습니다. 혁신이라는 것이 단 하루만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성장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시간을 가지고 계속 진화하여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은 매우 성숙하고 현명한 이용자들이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비교하여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합니다. 계속 혁신하고 새로운 개선점을 찾아내며 이용자의 편익을 확장한 기업은 선택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어 선택지에서 지워집니다. 그렇기에 제품을 선택하는 시장과 이용자들을 신뢰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존중하는 사회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타다도 16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쓰는 플랫폼으로 성장하였고,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과정에 있다 생각합니다. 현재에도 다양한 설문조사(문화일보, 파이낸셜뉴스, 서울신문 등) 등을 통해 타다라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이용자들이 지지하는 만큼 이 선택의 과정을 지켜보고 발전하는 과정을 점이 아닌 선의 관점에서 보았으면 합니다.
6. 플랫폼은 플랫폼을 사랑하는 유저의 힘으로 움직인다.
혁신을 판단하는 주체가 사회 전반의 이용자라 한다면, 플랫폼을 앞으로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게 하는 힘은 플랫폼을 정말 사랑하는 팬층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레이터 Y Combinator의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이 했던 충고 중에 “그저그런 다수의 이용자 보다는 서비스를 사랑하는 소수의 이용자를 만들라(Better to make a few users love you than a lot ambivalent)”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조언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고 성장하는 모든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타다도 이용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따끔한 질책과 비판을 해주시는 이용자분들이 있었기에 잘못된 점들은 고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애정을 담아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시는 이용자분들이 있었기에 서비스 퀄리티가 낮아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타다금지법 등의 법안이 발의되고 국토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8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분들이 타다금지법 반대 서명에 동참해 목소리를 내주시기도 했습니다.
한 서비스가 이용자의 진심어린 사랑을 받고, 플랫폼의 편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입니다. 이 사랑을 오랫동안 이어가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옳은 방향을 계속 고민하여 사회에 제시하고 이용자들의 공감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과 플랫폼이 완벽할 순 없겠지만 완벽을 최대한으로 추구할 수는 있다고 믿습니다.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힘인 만큼 지속 가능한 완벽 추구를 위해 올해도 계속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7. 플랫폼 일자리가 진화하고 있다.
O2O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등장한지 이제 5-6년쯤 된 것 같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성숙해지면서 나타난 이 개념은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행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자리 이슈로 이어져왔습니다. 밖에서 얼핏 보기에는 그 이후 큰 변화가 없던 이 일자리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어왔고, 그 변화가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다와 같은 Ride-hailing 비즈니스의 경우, 해외에서 자가용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하는 분들이 차량 구매비, 유류비, 보험료, 주차비, 인건비 등을 스스로의 비용으로 충당하고 영업에 대한 리스크를 개인이 부담하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타다의 경우 차량 구매비, 유류비, 보험료, 주차비 등을 회사가 지불하고 몇 건을 수행하든 일한 시간에 비례해 고정된 시급을 받을 수 있게 만들면서 영업에 대한 리스크를 회사가 안고가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이 모든 리스크를 안고 일했던 것이 플랫폼 일자리 1.0이라고 한다면 현재 타다와 같은 형태는 플랫폼 일자리 2.0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타다 드라이버로 일하시는 분들 중 80%의 분들이 예전 직장과 비교해 만족한다는 답변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택시 기사라는 일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하면서 기존의 환경에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계신 택시 기사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월 매출은 작년 12월 기준 평균 534만원을 달성해 중형 택시를 운행할 때 보다 월 150만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올리게 되었고, 배회영업을 하실 일이 없어져 운행의 피로가 줄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타다의 기술과 이용자 수요를 택시 기사님들께 나누어 더 좋은 일자리로 진화시킨 사례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사고 위험을 높이는 배회영업을 없애고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의 매칭률을 높여, 이용자 만족감과 기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택시 일자리 2.0이라 생각합니다.
플랫폼을 중심에 둔 일자리는 이처럼 계속 진화를 해나갈 것입니다. 더군다나 미래로 갈수록 이 일자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일자리 설계를 하는 것이 사회의 매우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8. 플랫폼 일자리가 진화한 만큼 사회적 안전망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듣기도 하지만 타다를 운영하다보니 일자리의 방향 자체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자신의 꿈을 좇는 과정에서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기도 하고, 일자리를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일자리가 필요하기도 하고, 은퇴 후의 일자리가 필요하기도 하고, 부업으로서의 일자리 등도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Gig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화해 나갈 때 하나의 큰 흐름이 만들어지면 이 전체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부작용과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그 흐름 내에서 가장 현명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Gig 일자리가 늘어나는 흐름에서는 이 흐름을 전면으로 부정하기 보다는 이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에 맞는 정책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를 구분하기 보다는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맞는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 안전망과 관련해서는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정책과 제도가 후행할 수밖에 없기에, 현재의 상황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선행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타다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올해 플랫폼 일자리 3.0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겠습니다.
타다 드라이버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9. 새로운 시도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19년은 다른 어떤 해보다 창업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한 해였습니다. 타다를 운영하며 검찰에 기소가 되기도 했고, 없던 규제까지 법으로 만드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며 창업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과연 창업자들이 마음 놓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까에 의구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연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되었습니다. 덕분에 해외 사례 등도 많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산업과 충돌이 될 때 어떤 해법을 제시했는지 많은 참고를 했습니다.
이러한 이슈가 있을 때 현명하게 문제를 풀었던 많은 곳들은 '선허용 후규제'의 방식을 많이 선택했습니다. 전체적인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가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도록 신규 진입자를 허용하고, 시장에서 서비스가 안착되어 감에 따라 이용실태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혁신이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뒤 데이터로 검증된 영향도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자가 기존 산업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에 기여할 바를 정하고, 이러한 기여를 통해 기존 산업을 연착륙 시키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문을 열어 시장이 혁신을 판단하게 만들고 그에 대한 충분한 시간(3-5년)이 흐른 뒤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기존 산업을 연착륙시키는 방법이야 말로 미래를 규제하지 않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착륙시키는 좋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기존 산업이 가진 규제를 모두 풀어서 신산업과 완전히 공정하게 경쟁하게 만들고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택시 요금 체계, 지역 제한, 면허의 총량 등을 모두 풀고 새롭게 진입한 Ride-hailing 업체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게 만들었던 핀란드는 헬싱키에서 도시 전체에 Whim이라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도입함으로써 가장 진일보한 교통 시스템을 가진 도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모빌리티 시장 형성이 매우 늦은 만큼 이미 오랜 기간을 거쳐 해답을 제시한 좋은 사례가 해외에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모빌리티 시장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생각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혁신 사례와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여러 방법론은 우리가 반드시 참고해야될 사례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가 일어날 때 싹이 움트기도 전에 규제로 묶으려는 시도 보다는 시간을 두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간을 거쳐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을 고려한 규제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10. 점점 더 본질에 집중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있다.
2019년은 기업들의 기업가치 재조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부실한 경영을 하며 외형을 키우는데만 집중했던 위워크가 무너져내렸고, 고평가를 받으며 상장을 했던 여러 기업들(우버, 슬랙 등)이 주가 하락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모든 기업이 내실을 다지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 시장은 더욱 혹독하게 기업을 평가할 것이고, 기업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기 위해 어느 때 보다 노력해야 하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본질에 집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는 만큼 우리 회사가 가진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타이밍이라 생각합니다.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일수록 그 만큼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도전을 해나가고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계속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2020년에는 한국 창업자들이 당당하게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더욱 탄탄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