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Between의 2013년을 보내며 정리한 10가지 배움

박재욱 2014. 1. 13. 09:08



 2013년에는 유독 블로그에 신경을 많이 못 쓴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게을러지다보니 1년이 후딱 지나가버린 느낌입니다. 그래도 연말이 되어 1년간을 돌아보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다시 한 번 1년간의 배움을 정리했습니다. 원래 연초에 글을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정신없는 일들이 많아 글을 다듬을 시간이 없어 이제야 업로드를 합니다. 
 2013년은 저희 회사가 다시 한 번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도약을 위해 내부 다지기에 굉장히 힘 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운 점들을 아래에 10가지로 크게 추려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진 출처: itsmyfun.net 


2013년의 10가지 배움

1. 모든 일은 생각과 계획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창업하고 3년간 회사를 운영을 해오면서 언제나 느꼈던 점이지만 올 한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점입니다. 머리 속에서 계획을 세울 때에는 외부변수들을 모든 각도에서 충분히 검토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항상 모든 일은 실행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Risk를 줄이며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Buffer 시간 및 비용을 충분히 계산해서 계획을 짜야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지만, 그 것이 실제 시장상황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Risk를 항상 머리에 두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고민을 하여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성장을 위해서는 숨을 고르고 조직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창업을 하고 2년 동안은 성장만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크고 빠르게 크는 회사를 만들까에 대해서 주로 고민하고 그 것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썼습니다. 하지만 올해초부터 몸집이 커진 조직을 한 번쯤 정비하고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성장이 지속 가능한 모습을 띄기 위해서는 내실이 다져지고 본질적으로 튼튼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 외부 파트너와 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팀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팀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개발은 어떤 방법론을 써서 실제 적용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이 논의하고 그 방향을 잡아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처음 접하는 시스템에 좌충우돌하기도 했지만 많아진 사람수만큼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여정 중에 하나였고, 상반기를 넘어가면서부터 조금씩 회사 내에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이러한 과정 동안 회사는 약간의 정체기에 있었습니다. 성장 보다는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며 약간의 멈춰있는 시기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정비한 조직 문화가 회사에 자리 잡힘에 따라 그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엔진을 빼고 새로운 엔진을 끼우는 과정이 왜 필요한지 배웠습니다. 

3. 제품의 퀄리티는 내부 구성원의 일치된 방향성과 공유된 열정에 의해 결정된다. 
 올해 12월 20일에 Between의 2.0 버전을 런칭했습니다. 2013년 상반기는 조직의 내부를 정비하는데 주로 시간을 보냈다면, 하반기는 2.0 버전 개발을 위해 회사 전체가 전력투구했던 시기였습니다. 
 큰 업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내부 구성원들이 방향성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Between의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 제품을 왜 만들고 있는지, 현재 버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지, Between의 Brand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등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정리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그 후에는 유저들의 목소리와 데이터를 분석하였고, 우리가 생각하는 제품의 방향과 유저들의 데이터와 목소리를 균형있는 시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리하여 2.0의 방향을 1) 둘 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의 강화, 2) 글로벌하게 쓰일 수 있는 유틸리티 기능의 추가, 3) 추억을 더 쉽게 되돌아볼 수 있도록 개선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2013년 8월 1일에 진행된 하반기 워크샵에서 내부에 발표되었고 이 방향성에 공감을 하여 기획 및 개발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Between 2.0 UI/UX 정리 보드


4.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서두르는 것은 답이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Between의 성장은 회사 내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은 회사의 미래 가치를 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2012년 말부터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겠다는 회사 내부의 방향을 정해두고, 2013년 4월에 일본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마케팅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작부터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내부에서 고객의 Life time value를 알기 전까지는 비용이 드는 마케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돈을 쓰지 않고 마케팅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1) 누가 현재 우리의 고객이고, 2) 이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Between을 다운 받았고, 3) 왜 그들은 Between을 다운 받았고, 4) 이와 비슷한 타겟 유저층은 온/오프라인 상에 어디에 존재하며, 5) 어떤 마케팅 메시지를 던져야 유저가 될지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하우가 쌓였고 하루에 가입하는 유저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였습니다. 지금은 일본에서만 약 60만 가까운 다운로드수를 기록하고 있고,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1년 가까이 시장에 대해 공부하고 우리 유저들에 대해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이 이제 와서 조금씩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시장을 진출할 때에는 단기적으로 성공을 만드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그 시장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를 쌓아가며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Consumer service를 만드는 회사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이 필수적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비슷한 문화권에 속한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만들고 키워나가며 두 나라의 데이트 문화가 정말 많이 다르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제가 스스로 몸에 체화하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가 시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현지인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 현지인들로만 팀을 꾸려 운영을 시작한 뒤부터는 고객의 목소리를 더 잘 전해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Consumer service가 해외 시장을 진출하고자 한다면 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현지인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6. 좋은 경험은 한 순간으로도 사람을 성장 시킨다.
 저희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노력으로 손정의 회장님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5분간의 짧은 발표였지만 정말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잘 못하는 영어로 발표를 해야되었기에 굉장히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신없이 발표를 하고 자리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짧은 순간의 경험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걸 알았습니다. 

 미팅이 아니라 발표를 영어로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있다하더라도 회사에서 영어를 훨씬 잘 하시는 분들이 주로 발표를 맡았기 때문에 제가 따로 발표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너무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준비하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어로 발표한다는 것의 두려움도 많이 씻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꼽씹을 수 있었고 내가 왜 이러한 사업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의 좋은 경험과 그 경험을 위해 준비했던 과정이 스스로를 참 많이 성장시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에서조차 어리버리함이 보이는 저의 어정쩡한 자세


7.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의 건강한 토론은 서로를 성장시킨다. 
 주말 시간을 이용해 저와 완전히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이나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 등과의 만남을 종종 가졌습니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새롭게 시작하시는 분들께 제가 가진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명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해 들을 때는 그 내용들을 우리 영역에 접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했고, 제 경험을 공유하면서는 스스로의 실수와 잘한 점을 복기해 볼 수 있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혼자 깊은 고민을 통해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때로는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는걸 배웠습니다.  

8.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역시 주변의 사람이다.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만 2013년에 저희도 여러 위기를 겪었습니다. 성장에 정체가 왔던 시기도 있었고, 개발이 빠르게 진척되지 않아 혼란을 겪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회사 내부 사람들끼리의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서로 문제가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더 좋게 개선시키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결국은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상호 존중하는 힘이야 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을 때 그걸 함께 공유하고 좋은 친구와 멘토가 있어주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혼자 고민하는 것 보다 옆에 있는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힘들 때 옆에 있으며 어깨를 빌려주고 따뜻하게 안아줬던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9. 지속 가능한 팀이 회사의 꾸준한 성장을 보장한다.
 2013년은 특히나 회사 식구들에게 고마운 일이 많았습니다. 능력 있는 분들이 저희 회사를 선택해준 것도 고맙지만, 꾸준히 저희 회사에 머물며 한 해 동안 한 명의 퇴사자도 없이 2013년을 마무리할 수 있어 더욱 고마웠습니다. 성장에 정체가 올 수 있었던 시기를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런 내부 구성원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중심을 잡으며 한 회사에서 역량을 쌓아왔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시장과 우리 제품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견디며 제품의 성장을 견인한 사람들은 정말 빠르게 성장을 합니다. 작년에 썼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보다 빨랐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의 합이 회사의 성장은 이끌었습니다.


                                                    2013년 여름의 단체샷


10. 의사결정은 신중함과 속도의 균형을 맞추며 내리되, 잘못된 경우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성장하여 내부 구성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수가 늘어날 수록 의사결정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져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종 의사 결정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많이 커지고 책임의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조직 운영에서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내부 사람들의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고, 제품에서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결정을 내리는데 점점 더 신중해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신중하여 늦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에는 회사 운영의 속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빠른 의사결정과 조직이 움직이는 속도는 스타트업이 갖는 최고의 경쟁력이라 생각하는데 이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은 신중함과 속도의 균형점에서 내리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항상 머리 속에 이 생각을 두고 있지 않으면 하나씩 실수를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날짜의 Deadline을 정확히 정해두고, 그 안에 충분한 검토를 하여 결정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잘못된 결정을 많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는 그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참 중요했습니다.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개선점을 찾아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것은 의사결정 뒤에 따라오는 필수적인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매년매년이 점점 더 중요해져가는 느낌입니다. 조직이 커지고 있고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그에 대한 책임도 많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운 좋게 잘 성장을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지속 가능성’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예정입니다. 올 한해를 통해 보다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조언 그리고 따끔한 질책도 부탁드립니다. ^^